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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CONSTRUCTION
 


정소영의 프로젝트ZERO CONSTRUCTION의 개념은 공간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과정에서 도출되었다. 골조가 그대로 노출된 사루비아의 시멘트 공간은 지하의 무생물적, 무기적 광물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어둡고 습한 동굴처럼 인공과 자연 공간의 경계에 존재하는 장소인 듯하다. 이 공간의 생성에 대한 상상을 통해, 인공적 공간을 창조하는 건설 현장의 최초의 단계와 현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ZERO CONSTRUCTION 프로젝트는 시행되었다.
한 달 동안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루비아는 역사적 맥락이 단절된 채, 채석장이라는 물리적 가상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채석의 과정에서 양각(positive)의 사각형의 돌은 채석됨과 동시에 돌산에 똑같은 형태의 음각(negative) 공간을 형성한다. 도심의 건물이 지어지는 첫 물리적 단계에서 이미 음각의 사각형 공간이 자연에 생성되는 것이다.
도심 속 한복판에 위치한 음각 공간, 사루비아를 역으로 채우고 축소시킴으로써 비워진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음각과 양각의 공간이 동시에 만들어지는Zero Construction의 상태를 가시화하였다. 공간 그 자체가 작업의 매체가 되면서 공간은 건축적으로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간과하거나 볼 수 없었던 공간이 시멘트로 제작된 인공적인 돌로 물질화되면서 공간이 형태를 갖게 되고 비로소 존재하게 되었다. 잠재된 공간의 시각화는 인식의 틀을 바꾸고 변모된 공간의 에너지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들며 심리적인 차원으로까지 경험의 층위를 확장시킨다.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제한된 영역만을 보고 느낄 수 있지만, 가상하는 공간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의 크기를 초월한다. 노출된 협소한 공간이 역으로 숨겨진 공간을 확장시킴으로써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키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루비아의 ‘장소성’이 재확인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공간 개념은 정소영 작업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그녀의 작업에서 공간은 유기적인 생성과 변화, 확장,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이와 같은 유동적인 공간의 변화가 빚어낸 충돌과 긴장감은 또 다른 가상공간(virtual space)으로 변모되어 기존의 공간, 환경에 대한 경험론적 인식을 뒤엎는다. 시공간적 맥락이 단절되고 실용성을 제거한 채 물리적 환경적 요소만 남겨진 공간을 돌로 채워가는 과정
은 공간의 전복 또는 공간의 무용화를 의미한다. 또 다른 지상의 완벽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 의도하지 않은 방치된 공간, 미완성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ZERO CONSTRUCTION의 공간을 통해 정소영은 인공적인 건설이 초래한 자연과 환경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황신원 / 사루비아 다방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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